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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속 프로펠러(Constant-speed Propeller)

나래훈 2022. 4. 1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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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피치 프로펠러(Fixed-Pitch Propeller)의 한계

 

블레이드의 피치가 변하지 않고 고정되어있는 프로펠러를 '고정피치(Fixed-Pitch) 프로펠러'라고 합니다. 이러한 고정피치 프로펠러는 비단 비행기 뿐 아니라, 고무동력기 프로펠러부터 드론 프로펠러까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순한 형태의 프로펠러 입니다.

 

 

고무동력기의 프로펠러
드론용 프로펠러

 

앞서 '프로펠러의 기본원리'에서 프로펠러의 RPM과 비행기의 속도가 변하게 되면 프로펠러 블레이드가 받는 상대풍도 달라지게 되기 때문에, 프로펠러의 피치가 고정된 상태에서는 양항비가 좋은 받음각(AOA)을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말씀드렸는데요.

Thus, propeller AOA is the product of two motions: propeller rotation about its axis and its forward motion.
(출처: PHAK(2016) p5-30)

 

그럼, 왜 그렇게 되는지, 프로펠러 받음각을 변화시키는 요인부터 하나씩 살펴봅시다.

 

 


 

 

먼저, 프로펠러의 RPM 입니다.

 

 

저 RPM시 받음각
고 RPM시 받음각

 

위 그림은 앞서 '프로펠러의 기본원리'에서 '프로펠러의 블레이드가 뒤틀려있는 이유'를 설명하는데 사용하였던 그림 입니다. 이 그림의 핵심은 비행기의 전진 속도가 일정할때 프로펠러 블레이드의 회전 '선속'에 따라서 블레이드와 상대풍의 받음각이 달라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블레이드의 선속은 각속도 'RPM'에 따라서 전체적으로 변화하는데, 당연한 이야기지만, RPM이 증가할수록 선속도도 증가하여 프로펠러 블레이드 전체가 받는 받음각은 증가하게 됩니다.

 

다음으로, 비행기의 전진 속도 입니다.

 

 

고속 비행시 받음각
저속 비행시 받음각

 

프로펠러의 RPM이 일정하다고 가정할 때, 위 그림처럼 비행기의 속도가 증가하게 되면 프로펠러 블레이드와 상대풍이 이루는 받음각은 감소하게 되는 반면, 속도가 감소하게 되면 받음각은 증가하게 됩니다.

 

Usually 1° to 4° provides the most efficient lift/drag ratio, but in flight the propeller AOA of a fixed-pitch propeller
varies—normally from 0° to 15°. This variation is caused by changes in the relative airstream, which in turn results
from changes in aircraft speed. (PHAK(2016) p5-30)

 


 

 

이와같이 RPM, 속도의 조합에 따라서 프로펠러가 받게되는 받음각의 크기는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피치가 고정되어 있으면 좋은 받음각을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가령 어떤 고정피치 프로펠러가 순항속도 및 순항 RPM에 받음각이 최적화 되어있다고 하면, 비행기가 순항비행 중 일때는 양항비가 좋은 받음각이 나오겠지만, 상승 비행중에는 RPM과 비행속도가 순항할때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받음각이 변해버려 프로펠러의 효율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순항 피치 프로펠러로 순항 중일 때
순항 피치 프로펠러로 상승 중일 때

 

반대로 상승에 최적화된 고정피치 프로펠러는 순항 중일 때 효율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상승 피치 프로펠러로 상승 중일 때
상승 피치 프로펠러로 순항 중일 때

 

결국, 고정피치 프로펠러는 순항이냐, 상승이냐 와 같이 오직 한 가지 성능을 위한 고정된 피치를 가지기 때문에, 그 한가지 성능을 제외한 다른 성능에서의 효율을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Since a fixed-pitch propeller achieves the best efficiency only at a given combination of airspeed and rpm, the pitch setting is ideal for neither cruise nor climb. Thus, the aircraft suffers a bit in each performance category.(PHAK(2016) p7-5)

 

그렇다면, 순항이든, 상승이든 비행 중 상황에 따라 피치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으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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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속 프로펠러(Constant-Speed Propeller)가 '정속'이어야 하는 이유

    

피치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프로펠러를 '가변피치 프로펠러(Adjustable(Variable)-Pitch Propeller)'라고 합니다. 가변피치 프로펠러는 프로펠러의 받음각이 너무 클 때는 피치를 작게하고, 반대로 너무 작을 때는 피치를 크게하여 가장 효율적인 받음각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등장하였습니다.

 

 

(움짤 출처: boldmethod)

 

그런데, 프로펠러의 받음각은 RPM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비행 속도에 맞는 최적의 피치를 세팅하더라도 도중에 RPM이 바뀌어 버린다면 받음각이 변하여 아무 소용이 없게 됩니다.

 

 

 

Thus, propeller AOA is the product of two motions: propeller rotation about its axis and its forward motion.
(출처: PHAK(2016) p5-30)

 

 

그래서 프로펠러의 RPM을 먼저 세팅 하여 정속(Constant-Speed)으로 돌게 만든 후, 비행 속도에 맞게 피치에 변화를 주는 정속 프로펠러가 현재 가장 일반적인 가변피치 프로펠러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가변피치 프로펠러라 하면 사실상 정속 프로펠러를 일컫는 말이 되었습니다.

 

 

For a variable pitch propeller, the pilot controls the blade pitch with the propeller control. However, the propeller RPM will vary, in the same fashion as a fixed pitch propeller, as a function of engine RPM or of airspeed. A more sophisticated variant of the variable pitch propeller is the constant speed propeller which, while in flight, will maintain the same RPM irrespective of throttle lever movement or airspeed.
(출처: Skybrary - Variable Pitch Propeller)

 

정속 프로펠러를 장착한 왕복엔진 비행기의 경우 프로펠러의 RPM이 일정하다보니, RPM을 봐서는 엔진의 출력 값을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연소를 위해 엔진으로 보내지는 연료-공기 혼합기의 압력을 Manifold에서 측정한 값을, 엔진의 출력 값으로 사용합니다.

 

 

고정피치 프로펠러의 출력은 RPM.
정속 프로펠러의 출력은 Manifold 압력.

 

참고로 과급기(charger)가 없는 엔진의 Manifold 압력은 언제나 주변 대기압 이하이며, 엔진이 움직일 때는 주변 대기압보다 낮고, 멈췄을때는 주변 대기압과 동일하게 됩니다(시험에 자주 나와서 적어봅니다).

 

 


가버너(Governor)

 

 

자전거 고수는 언덕이든, 평지든 페달링 회전수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이는 '가버너'의 움직임과 유사하다.

 

정속 프로펠러는 '가버너(Governor)'라는 장치를 통해 '피치'를 조절하여 RPM을 일정하게 유지합니다.

 

 

(출처: PHAK(2016) p5-30)

 

피치는 앞서 기본원리 편에서 살펴보았듯이 프로펠러가 한바퀴 회전했을 때 비행기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 거리를 말합니다. 그리고 이는 곧 프로펠러가 비행기에 한 일(work)로 볼 수 있는데요.

 

 

거리(피치) x 비행기를 미는 힘 = 일(work) = 연료(fuel)

 

따라서 동일한 파워(연료)를 쓰고 있으면, 에너지 보존 법칙에 의해, 피치가 커질때 RPM은 줄어들고 피치가 작을때 RPM은 증가해야 동일한 시간 동안 동일한 일(work)을 한 것이 됩니다.

 

그리고 역으로, RPM이 줄어들게 되는 상황에서는 피치를 작게하고, RPM이 증가하게 되는 상황에서는 피치를 크게하여 RPM이 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데, '가버너'가 바로 그런 역할을 합니다.

 

 

가버너의 구조 모식도(출처: boldmethod)

 

가버너는 원심력을 이용해 피치를 조절하고 동시에 RPM을 유지하는데요. 세팅된 RPM이 증가하려고 하면, 원심력이 증가하여 'Flyweights' 라는 장치가 벌어지고 동시에 엔진오일이 유입되어(단발 정속 프로펠러 기준) 피치가 증가합니다. 그리고 다시 RPM이 유지 되고 원심력이 원래대로 돌아오면, Flyweights는 중립이 되어 엔진오일이 더이상 유입되지 않고 피치가 일정하게 유지됩니다(아래 그림 참조).

 

 

RPM이 빨라지려고 할 때(Overspeed) 가버너의 작용(출처: boldmethod)

 

반대로 세팅된 RPM이 감소하려고 하면, 원심력이 감소하여 Flyweights가 오므라들며 동시에 엔진오일이 유출되어(단발 정속 프로펠러 기준) 피치가 감소합니다. 그리고 다시 RPM이 유지 되고 원심력이 원래대로 돌아오면, Flyweights는 중립이 되어 엔진오일이 더이상 유출되지 않고 피치가 일정하게 유지됩니다(아래 그림 참조).

 

 

RPM이 느려지려고 할 때(Underspeed) 가버너의 작용(출처: boldmethod)

 

이와같은 원리로 정속 프로펠러는 비행기 속도가 빨라지든, 느려지든 항상 조종사가 세팅한 RPM을 유지하며 항상 최적의 받음각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가령, 비행 속도가 빨라지면서 RPM이 상승하려고 하면 가버너는 프로펠러의 깃각을 증가시키며 동시에 RPM이 상승하는 것을 막으며, 반대로 비행 속도가 느려지면서 RPM이 떨어지려고 하면 깃각을 감소시켜 RPM이 떨어지는 것을 막습니다.

 

다만, 정속 프로펠러도 "피치가 변할 수 있는 한계(Pitch stop)"를 넘어서면 RPM이 변하기 시작하는데요, RPM을 맞추기 위해 피치가 점점 줄어들다가 low pitch stop에 도달하면 그 다음부터는 RPM이 감소하며, 반대로 피치가 점점 증가하다가 high pitch stop에 도달하면 그 다음부터는 RPM이 증가하게 됩니다.

 

The propeller’s constant-speed range, defined by the high and low pitch stops, is the range of possible blade angles for a constant-speed propeller. As long as the propeller blade angle is within the constant-speed range and not against either pitch stop, a constant engine rpm is maintained. If the propeller blades contact a pitch stop, the engine rpm will increase or decrease as appropriate, with changes in airspeed and propeller load. (PHAK(2016) p7-6)

 

 


정속 프로펠러의 RPM 세팅

 

앞서 동일한 연료(파워)를 쓰고 있으면, 에너지 보존 법칙에 의해 피치가 커질때 RPM은 줄어들고 피치가 작을때 RPM이 증가해야 동일한 일(work)이 유지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래서 정속 프로펠러의 RPM 세팅을 높게 잡으면 상대적으로 피치는 작아지고, 1회전 당 전진거리가 작기 때문에 엔진(기관)이 프로펠러를 회전시킬 때 들어가는 힘(토크)이 RPM 세팅을 낮게 잡을 때보다 작습니다.

 

그러므로 RPM을 올리면 올릴수록 적은 힘으로도 높은 출력을 낼 수 있기 때문에 고 RPM 세팅은 힘이 많이 들어가는 상승시 유리하며, 이는 언덕길을 올라가는 자전거의 저단 기어세팅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저단 기어를 사용하여 속도를 유지하면, 페달링을 더 많이 해야하는 대신 다리에 힘은 덜 들어간다.

 

참고로, 상승에 최적화된 고정피치 프로펠러도 순항에 최적화된 고정피치 프로펠러에 비해 피치가 작고 RPM이 높습니다. 그래서 똑같은 힘(토크)을 가진 엔진을 사용하더라도 순항에 최적화된 고정피치 프로펠러보다 더 높은 마력을 낼 수 있습니다.

 

 

순항 피치 프로펠러를 장착한 C172R. 엔진은 C172S와 동일하지만 최대 RPM과 최대 마력은 C172S에 비해 부족하다.
상승 피치 프로펠러를 장착한 C172S. 피치가 작아 동일한 엔진을 사용하더라도 더 높은 RPM, 더 높은 마력을 낼 수 있다.

 

한편, 정속 프로펠러의 RPM 세팅을 낮게 잡으면 상대적으로 피치는 커지고, 1회전 당 전진거리가 크기 때문에 엔진이 프로펠러를 회전시킬 때 들어가는 힘이 RPM 세팅을 높게 잡을 때보다 커지게 되는데요. 이렇게 저 RPM 세팅에서 무리하게 출력을 높히게 되면 엔진의 힘이 딸려 실린더에 부담을 줄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실린더 부품을 망가뜨릴 수 있습니다.

If manifold pressure is excessive for a given rpm, the pressure within the cylinders could be exceeded, placing undue stress on the cylinders. If repeated too frequently, this stress can weaken the cylinder components and eventually cause engine failure. (PHAK(2016) p7-7)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율이라는 측면에서는 RPM 세팅을 낮게 잡을 때가 높게 잡을 때보다 훨씬 유리합니다. 왜냐하면 똑같은 거리를 전진할 때 RPM이 큰 쪽이 엔진 마찰에 의한 에너지 소모가 크며, 아무리 좋은 받음각을 똑같이 유지한다고 해도 RPM의 수 만큼 슬립이 누적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 RPM 세팅이 효율이 좋습니다. (아래 그림 참조)

 

 

피치가 작을 때는 동일한 거리를 움직일 때 상대적으로 슬립이 크다.

 

그러므로 저 RPM 세팅은, 상승 비행과 반대로 엔진의 힘이 덜 들어가면서 동시에 빠른 속도로 비행 하게 되는, 순항 비행을 할 때 유리하며, 이는 평지를 달리는 자전거의 중·고단 기어세팅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중/고단 기어를 사용하여 속도를 유지하면, 다리에 힘은 많이 들어가지만 페달링이 적고 효율이 좋다.

 

참고로, 순항에 최적화된 고정피치 프로펠러도 상승에 최적화된 고정피치 프로펠러에 비해 피치가 크고 RPM이 낮습니다. 그래서 똑같은 힘(토크)을 가진 엔진을 사용하더라도 마력은 작지만, 효율이 좋습니다. (위 C172R 스펙 참조)

 

 

 


 

 

 

지금까지 정속 프로펠러 그리고 덤으로 고정피치 프로펠러에 대해서도 간략히(?) 살펴보았습니다. 더 많은 내용을 담고 싶었지만 한 포스팅 안에 내용이 너무 중구난방으로 들어가 난잡해 질 것 같아서 프로펠러에 대해서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프로펠러에 대해 더 궁금하신 사항이나 질문 있으시면 언제든지 댓글로 알려주세요!

 

 

 

물론, 내용에 오류가 있다면 지적해 주시는 것 또한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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