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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D, 그리고 FLIGHT PLAN

나래훈 2023. 10. 2.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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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글을 써본다. 추석연휴라 시간이 난 것도 있지만, 사실상 비행사로서의 반성문이다. 왜냐하면 최근 알게 된 사실이 있었는데, 그것은...

 

비행계획서에 기입하는 출발 예정 시간은 활주로에서 비행기가 이륙하는 시간이 아니었다!!

라는 것이다...(이 때까지 이륙시간인 줄 알았음;;)

 

개념 오류 다이어리에 쓸까 하다가, 그냥 이곳에 적는다.

 

 

 


 

출발 예정 시간? ETD(Estimated Time of Departure)란 무엇인가?

 

비행계획서에는 출발 예정 시간을 기입하는 항목이 있다.

 

출발 예정 시간의 정의는 과연 무엇일까?

 

출발 예정 시간, 우리가 흔히 ETD(Estimated Time of Departure)라고 말한다. 그런데, ETD의 정의에 대해 보거나 들어본 적이 있는가?

 

SKYbrary? 나도 좀 맹신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번에 제대로 한 방 먹은것 같다.

 

정의에 대한 출처가 SKYbrary 자체 컨텐츠다. 또한 EATM Glossary of terms에서도 ETD에 대한 약어를 풀었을 뿐 정의를 내리고 있지는 않다.

 

SKYbrary의 ETD 설명은 뭔가 복잡하게 설명하는 듯 보이지만 결론은 레퍼런스가 없는 설명이다. 그런데 나는 이 레퍼런스가 없는 단어를 가지고 막연히 활주로에서 이륙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해 버렸다. 왜냐하면 ETD를 예상 이륙 시간(The expected take-off time)이라고 설명 하면서, 뭔가 있는것 처럼 STD(Scheduled Time of Departure)라는 이상한 용어에 Taxi time을 더한 시간 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니, "아! 예상 주기장 출발 시간은 STD이고, 예상 이륙 시간이 ETD구나" 라고 생각해 버린 것이었다. 그러나 STD 또한 레퍼런스가 없는 설명이며 SKYbrary에서 클릭해도 ETD 설명에 머물 뿐, 아무런 정보가 없다.

 

ETD에 대한 약어 풀이는 있었으나 정의는 존재하지 않았다.

 

ETD의 정의에 대해 에 대해 ICAO, FAA, EASA를 막라하는 수많은 공식 레퍼런스를 찾아보았지만, 그 어디에서도 ETD에 대한 정의를 찾아볼 수 없었다(반대로 ETA는 존재하였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공식 레퍼런스를 알고계시다면 제게 알려주시길. 이번 일 뿐만 아니라 항상 그렇지만, 언제나 내가 알고 있는것이 틀릴 수 있다는 자세를 견지하고자 한다.

 

어째든 결론은, ETD에 대한 정의가 없으니, ETD의 기준을 스탠드에서 떨어지는 것을 출발기준으로 잡든, 활주로에서 이륙하는 것을 출발기준으로 잡든, 상관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비행계획서에서  말하는 출발 예정 시간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비행계획서의 출발 예정 시간, EOBT(Estimated Off-Block Time)

결론적으로, 비행계획서에서 말하는 출발 예정 시간의 기준은 스탠드(또는 스팟)이다. 그리고 그 내용은 ICAO PANS-ATM(Doc 4444), APPENDIX 2. Flight plan에 명시 되어 있다.

 

비행계획서에서의 출발 예정 시간은 EOBT였다.

 

비행계획서 상 출발 예정 시간을 EOBT(Estimated Off-Block Time)로 못박아 넣은 것이다. 만약 예상 이륙 시간을 기준으로 했다면 EOBT 대신 ETOT(Estimated Take-Off Time)라는 용어를 썼을 것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참고로, EOBT란?

 

EOBT는 출발을 위해 항공기가 '이동을 시작할 것'이 핵심이다.

 

말 그대로 항공기가 스탠드에서 떨어져(Off-block) 움직이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Estimated) 시간이다. 일반항공에서는 지상이동, 즉 TAXING 시작 시간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그래서 플랜 보다 이른 시간에 TAXI 콜 하면 관제사들이 안 받아 줬던 건가?

 

 


 

다행인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블로그에서 내가 비행계획서의 출발 예정 시간이 이륙기준이라고 떠들어 대지는 않았다. 그러나 현실에선, 하필이면 또 타기관과 업무 회의 때, SKYbrary까지 들먹이며 논쟁하다 지울 수 없는 흑역사를 쓰고 말았다. 대신 겸손이라는 중요한 덕목과, 크로스체크의 중요성을 다시금 체감했다.

 

 

생각해 보면, 비행계획에 관심을 가지고 공식 레퍼런스를 찾아봤었던 적이 없었던것 같다. 남들이 다 그렇게 하니, 그리고 지금까지 별 문제 없었으니, 잘못된 개념을 너무도 당연시 여겼던 것 같다.

 

게다가 SKYbrary... 위키류의 레퍼런스가 얼마나 위험한지 다시금 깨달았다. 앞으로 인용에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 같다.

 

TRUST, BUT VERI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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