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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 미치는 힘 - 2 [양력(Lift)와 항력(Drag)] 본문

비행기 조종사 학과/비행원리

비행기에 미치는 힘 - 2 [양력(Lift)와 항력(Drag)]

나래훈 2020. 7. 3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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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이어서, 양력(Thrust)과 항력(Drag)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양력의 기본원리는 앞서 '양력이론' 파트에서 살펴보았기 때문에 여기서는 다루지 않겠습니다. 다만 여기서는 양력이론에서 다루었던 받음각에 대해서만 좀 더 자세히 다룰것 입니다.

 

 

받음각은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날개가 양력을 변화시킬 수 있는 주요 수단 입니다. 받음각이 커지면 양력계수가 증가하고 반대로 작아지면 양력계수도 작아지는데요, 따라서 양력의 크기는 받음각의 크기와 비례관계에 있습니다. 하지만,

 

 

받음각(AoA)과 양력계수(C)의 관계를 나타내는 그래프 (출처: Wikimedia)

 

 

위 그래프에 나타나 있듯이 초기에는 받음각과 양력계수가 거의 정비례 관계에 있지만 받음각이 15도 이상으로 증가하면 양력계수의 증가율이 감소하다 어느지점에서 급격하게 양력계수가 감소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받음각이 계속 커진다고 양력이 끝도없이 계속커지는 것이 아닌 것입니다.

 

이때 양력계수가 최대가 되는, 감소하기 바로직전의 받음각을 '임계받음각(Critical angle of attack)', 또는 '실속각(Stalling angle of attack)'이라고 하는데요, 이와같은 임계받음각은 날개 형상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15도에서 20도사이에 분포합니다.

 

위 그래프에서는 임계받음각을 대략 17도 정도로 보면 되겠습니다.

 

 

그렇다면 왜 임계받음각을 지나면 양력계수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걸까요?

 

 

<사진출처: NASA - Flow Past a Cylinder>

 

 

그것은, 앞서 "양력이론-1"에서 살펴보았던 '흐름의 박리(Flow separation)'가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일단 에어포일에서 경계층이 박리가 되면 날개 윗면과 아랫면의 흐름의 속도차를 논하는것은 더이상 의미가 없어집니다. 이미 흐름의 박리가 일어났다면 박리가 일어난 공간은 속도를 예측할 수 없는 변화무쌍한 난류로 가득 채워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박리가 일어난 곳에는 베르누이법칙과 작용 반작용에 의한 양력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날개 앞전과 뒷전의 압력차에 의한 압력항력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경계층의 박리는 주로 형상이 크게 굴곡이 져 있는 물체의 표면을 따라 흐를 때, 즉 흐름의 방향이 급격하게 변하는 곳에 나타납니다. 위 그림에 나타나 있듯이 받음각이 증가할 수록 날개 윗면의 흐름의 방향은 더 급격하게 변하게 됩니다.

 

따라서 받음각이 계속 증가한다고 가정 할 때 어느 순간부터 날개 윗면의 공기흐름이 박리되기 시작하여 양력이 더이상 증가하지 못하는 지점(양력 최대점)이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그 곳이 바로 임계받음각 입니다.

 

임계받음각을 넘어가면 더 많은 날개의 면적에서 박리가 진행되고 이때부터는 양력이 증가하기는 커녕 오히려 감소하게 됩니다. 이렇게 받음각 증가가 오히려 양력을 감소시키는 현상을 '실속(Stall)'이라고 합니다.

 

 

(인용출처: PHAK(2016) p5-25)

 

그럼 이번엔 좀 더 현실적으로 언제 비행기가 실속에 들어가게 되는지 생각해봅시다.

 

 

 

 

공기 흐름의 속도가 양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앞서 "양력의 3차원적 문제"에서 살펴보았습니다. 그래서 만약 비행기가 직진수평비행 중이라면 중력과 양력이 힘의 평형을 이루어야 하기때문에 고속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받음각이, 저속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받음각이 필요해 집니다.

 

따라서 받음각이 크기가 임계받음각의 크기를 넘게되는 대부분의 경우는 속도가 매우 작을 때 이며 이때 실속에 진입하게 됩니다.

 

 

힘의 평형이 깨진 실속상태에서는 '강하'라는 표현보다는 '낙하'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그래서 흔히 실속(失速)을 이름 그대로 속도를 잃어버리면 나타나는 현상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속도가 작아지면 양력도 작아지는 것은 맞습니다만 흐름의 박리로 인해 양력이 급격히 작아지는 현상인 '실속'과는 구분을 해야 합니다. 흐름의 박리로 인해 양력이 급격히 작아지는 현상은 속도와 관계없이 임계받음각을 넘게 되면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으며, 동시에 비행기의 조종성능을 악화시키기 때문입니다.

 

 

'실속(stall)'을 이용하는 유명한 코브라기동(Pugachev's Cobra)

 

한편 받음각은 양력뿐 아니라 항력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3차원 날개에서 받음각이 커지면 '유도항력(Induced drag)'도 같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2차원 에어포일(좌)과 동일한 양력을 가질때 wing tip vortex가 나타나는 3차원 에어포일(우)>

 

 

앞서 "양력의 3차원적 문제"에서 살펴보았듯이 유도항력이란, wing tip vortex로 발생한 Down wash에 의해 양력이 기울어 짐으로써 나타나는 항력입니다. 그래서 영어로 'Lift-induced drag'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유도항력은 wing tip vortex가 커질수록 같이 커지게 되는데요, wing tip vortex 는 받음각이 커질때 강하게 생성되기 때문에(아래영상 참조),

 

<받음각이 작을 때(좌)와 클 때(우)의 wing tip vortex (출처: Wingtip vortices #2(YouTube))>

 

 

결국은 받음각이 커지면 유도항력이 커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유도 항력'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있는 '항력'과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일반적인 항력은 2차원 3차원 가릴것 없이 물체의 속도가 증가 할 수록 같이 커집니다.

 

 

 

 

그래서 자동차의 경우를 보더라도 저속으로 달릴 때 보다 고속에서 달릴 때 엑셀을 더 밟게 되는데요, 이와같은 항력을 유도항력(induced drag)과 구분하기 위하여 '유해항력(Parasite drag)'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유해항력에는 앞서 "양력이론-1"에서 살펴본 '마찰항력'과 '압력항력'이 대표적이며, 그 밖에도 '간섭항력'이 있습니다.

마찰항력(Skin Friction Drag)은 물체표면에 직접적으로 닿는 경계층에서 나타나는 항력이며,

 

 

마찰항력은 물체의 표면에 나타나는 점성저항(viscosity)과 마찰저항(friction)에 기인한다.

 

 

 

압력항력(Form Drag, Pressure Drag)은 물체의 형상에 기인하여 유체의 경계층이 박리될 때 나타나는 항력입니다.

 

 

물체의 형상에 따른 유체흐름의 박리정도(원본출처: Aerospaceweb.org)

 

 

압력항력의 경우 위 그림 처럼 물체의 형상이 크게 변하는 곳이 없고 유체의 자유흐름과 형태가 유사 할 수록 그 영향이 작습니다. 이러한 형상을 '유선형(Streamlined shape)'이라고 합니다.

 

 

원통형 물체와 유선형의 물체의 항력비교(출처: Aerospaceweb.org) 

 

 

위 그림 처럼 유체의 흐름에 대하여 같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을 때 유선형을 가진 물체는 압력항력을 적게 받지만 대신 유체와 접촉하는 면적이 상대적으로 커지므로 마찰항력은 증가하게 됩니다.

 

하지만 통상 압력항력이 마찰항력보다 전체항력에 크게 기여하므로 압력항력을 감소시키면 전체 항력이 감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선형으로 설계된 비행기의 동체, 날개, 그리고 엔진 덮개 (출처: termoflow.com)
유선형으로 설계된 스포츠카의 외형 (출처: termoflow.com)

 

 

그래서 비행기, 자동차 등과 같이 빠르게 움직이는 것들이 유선형으로 설계됩니다.

 

이와같이 물체에 영향을 미치는 압력항력과 마찰항력을 함께 따로 통틀어 '형상항력(Profile drag)'이라고 합니다.

 

 

 

'간섭항력(Interference Drag)'은 두개의 면이 교차하는 곳을 유체의 흐름이 통과할때 나타나는 항력입니다.

 

 

출처: boldmethod

 

 

교차하는 각각의 면을 흐르는 유체의 흐름이 서로 간섭하거나 각각의 면을 따라 형성된 경계층이 서로 교차하여 흐름의 변화가 나타나 항력이 나타나게 됩니다.

 

따라서 물체의 각 부분별 항력의 합 보다 물체 전체에 걸리는 항력이 더 커질수가 있습니다.

 

 

연료탱크와 미사일 각각의 개별적인 항력의 합은 날개에 장착 되었을 때 나타나는 전체항력보다 작다.

 

 

이러한 간섭항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두개의 면이 교차되는 곳을 각지지 않게 부드럽게 이어주어야 하는데요, 이를 위해 페어링(fairing)이라는 것을 사용합니다(아래 그림).

 

 

 

 

지금까지 살펴본 항력에 대해 정리해보면,

- 비행기에 미치는 항력은 크게 받음각과 같이 증가하는 유도항력과 속도와 함께 증가하는 유해항력으로 나누어지며,

유해항력에는 대표적으로 형상항력간섭항력 등이 있고,

형상항력은 마찰항력과 압력항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자, 그럼 한번 생각해 봅시다.

 

앞서 자동차의 경우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항력이 증가했습니다. 그럼 비행기의 경우는 언제 항력이 커질까요?

 

.

.

.

 

비행기의 경우도 고속으로 비행할때 유해항력이 커지므로 전체항력이 커지는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자동차와 달리 날개가 있어 '유도항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받음각이 커지게 되는 저속에서도 전체 항력이 커지게 됩니다.

 

 

 

 

따라서 비행기는 자동차와 다르게 항력이 최소가 되는 속도가 존재합니다.

 

이 속도를 '최대활공속도(Best glide speed)'라고 부르는데요, 이 속도에서는 전체항력이 최소가 되기 때문에 위치(퍼텐셜)에너지 손실이 가장 작아 비행기가 주어진 조건에서 가장 멀리 활공할 수 있습니다.

 

 

Best glide speed provides the greatest forward distance for a given loss of altitude (출처: AFH Figure 3-24.)

 

 

그리고 최대활공속도는, 위 비행기 그래프에 나타나 있듯이,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는 유해항력과 속도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유도항력이 똑같아지는 지점에 위치합니다(아래그림 참조).

 

 

 

 

그리고 이 위치가 양력과 항력의 비가 최대가 되기 때문에 '양항비 최대점(L/D max)' 이라고도 합니다(아래그림 참조).

 

 

 

 

양항비와 관련해서는 예전에 쓴 글(클릭)이 있으니 더 자세한 사항은 이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어째든, 결국 최대활공속도 = 양항비 최대점이 되는 속도 라고 볼수 있는데요.

 

 

인용출처: AFH(2016) p3-20

 

 

그럼 여기서 한번 더 생각해 봅시다.

 

비행기가 일정한 연료를 가지고 가장 오랫동안 체공하려면,

 

최대활공속도와 같아야 할까요?

커야 할까요?

아님 작아야 할까요?

 

 

비행기에 미치는 힘에 관한 내용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위 최대체공속도 질문에 관한 해답은 다음 글 "힘과 에너지의 문제"에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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